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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기도 하고, 예전에 친구가 재밌다고 하기도 하여 오랫만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마지막으로 시리즈로 본 애니메이션이 '시스터 프린세스' 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재밌는 애니메이션 중에 '쵸비츠'가 있는데, 여주인공의 매력에 흠뻑 젖었을 때가 있었죠. 그거보다 재미있냐고 하니까 친구가 재밌다고 하여, 보게 되었지요.
'시스터 프린세스'라는 애니메이션은 처음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좀 있었는데, 나중에 진부해지더니, 그냥 미소녀 애니메이션에 불과했습니다. 주제곡은 좋아해서 한동안 듣고 다녔습니다만, 시스터 프린세스를 보았느냐고 한다면 아니라고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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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에 별 관심 없었는데, 왜 다시 보게 되었느냐고 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경향신문' 탓입니다. 경향신문 이번 주 주말 섹션에 '라이트 노블' 혹은 'NT 소설' 이라는 것이 특집으로 나와있더군요. 일종의 하위문화 장르입니다. 문학이라는 것이 다소 어렵기도 하며, 재미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되기 마련인데, 라이트 노블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가벼운 소설로, 문학적 가치는 별로 없지만, 재미는 극대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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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류로 판타지, 무협 소설이 있지요. (일부 판타지 소설 - 반지의 제왕 같은 - 것은 문학적 가치가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판타지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양산 판타지와 같은 그런 소설을 말합니다.)

경향 신문 특집에서 유명한 몇 가지 NT 소설을 소개했는데, 그 중에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도 있어서 눈여겨 보고 이 기회에 보게 되었지요. 삶이 무료해지면 NT 소설도 한 번 볼까 했던 생각은 애니메이션을 본 후에 사라졌습니다. ^^;

애니메이션을 전부 본 후의 느낌은 마치 '시스터 프린세스'를 본 후의 느낌과 같다고 할까요.. 철저하게 미소녀 매니아의 관점에 맞추어진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인공은 다섯의 주요 등장 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정상인 지구인입니다. 그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되는데, 그의 주변의 인물은 1. 따분한 일상이 싫어 외계인, 초능력자, 미래에서 온 사람 등을 찾는 스즈미야 하루히, 2. 미래에서 온 미쿠루, 3. 초능력자 코이즈미, 4. 외계의 존재가 보낸 인조인간 유키 입니다. 소설의 주요 전개는 여주인공인 스즈미야 하루히가 바라는 대로 세상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모든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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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메이션은 미스테리를 가장한 학원 연애물입니다. 거기에 얼마 전부터 많이 나오는 엽기적인 요소도 많이 갖추었지요. 미소녀 매니아를 충분히 고려한 듯, 모든 여성 등장인물들은 조연까지 포함하여 상당한 미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미소녀 매니아의 취향을 한 번에 만족시키도록 말괄량이에 제멋대로이지만, 진짜 나쁜 짓은 안하고 그 모습 마저 귀여운 소녀(하루히), 조용하고 냉철한 소녀(유키), 갈대처럼 연약하고 보호해주고 싶은 해맑은 소녀(미쿠루)를 모두 구비해 놓았습니다.

아아.. 이런 애니메이션은 나름 재미있기도 하지만, 현실 감각도 떨어지고, 구성 자체도 엉망이라 보면서도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 미스테리물로 잘 나아가다가 대충 연애물로 마무리짓는 것은 진중권 교수가 '디워'를 비판할 때 사용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당시의 연극인들을 비판할 때 사용한) '데우스엑스마키나'보다도 더 유치합니다. 사실, 여주인공인 스즈미야 하루히가 일종의 '신'이라는 설정이니, 데우스엑스마키나가 여기서 먹힐 여지가 아예 없지요.

아주 가끔씩 기분 전환할 때 재밌게 볼만은 한데, 정말 이런 것만 보는 사람을 '오타쿠'라고 할 수 밖에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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